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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너희들과 함께 행복했어(20대 에너지 넘쳤던 사회복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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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너희들과 함께 행복했어

(20대 에너지 넘쳤던 사회복지사 이야기) 


글: 사례관리팀 이미정

편집 및 디자인: 혁신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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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로 장애인복지사업을 한지 올해로 17년 차가 되었다.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의 20대의 젊은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부었던 초등 방과후교실이 가장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4, 5, 6학년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복지관으로 와서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아이들은 여러 곳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었고 부모님도 한 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어서 좋아하셨다.

아이들은 발달장애라는 하나의 용어로 묶여있지만 각자의 성향은 모두 달랐다. 그리고 표현하는 것도 신체 발달, 인지 발달 수준도 모두 달랐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너무 순수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과는 할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해주고 싶었던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사회복지사는 다방면을 잘해야 한다. 미술, 음악, 체육, 요리 등등 물론 그런 것을 잘할 수 있는 전문가를 연결해서 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아이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맞게 활동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초등 방과후교실의 여러 목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우선이었던 것은 학교가 끝나고 빨리 가고 싶은 곳, 와서 즐거운 곳이었다.

사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 줄 능력은 나에게 없었다. 아주 다행히도 몸으로 놀아주는 사회복무요원과 봉사자가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이들과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했던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인데 그중 첫 번째가 매주 수요일 외부 활동 체험이었다. 정말 안 가본 곳 없이 다 가봤다. 아쿠아리움, 박물관, 어린이체험관, 각종 농촌체험, 과학관, 물놀이장, 스케이트장, 눈썰매장, 한강공원, 유명 관광지 등등 스타렉스를 타고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곳은 가을을 맞아 아이들과 고구마 체험을 양평으로 갔었다. 넓은 고구마 밭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고구마를 캐고 간식도 먹고 트랙터도 탔다. 다시 복지관으로 가려고 시동을 켜니 붕붕붕소리만 들릴 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운전만 해봤지 차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나는 살짝 멘붕이 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고 30분을 기다려서 차를 고쳤다. 다행히 큰 이상은 아니었고 경사가 있는 밭에 주차를 하다 보니 시동이 안 걸린 것이었다. 사실 차가 오래되기도 했었다. 부랴부랴 부모님들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예상시간보다 1시간 늦게 복지관에 도착했다. 너무 고마웠던 것은 아이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부모님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다. 혹여 아이들이 계획된 일정보다 늦어져서 예민해졌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외부 활동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변수도 많고 아이들이 기대한 만큼 즐거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성장했고 함께 즐거웠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아이들과 마루공원에서 자전거를 탄 기억이다. 강남구청에서 중고자전거를 보급하는 사업을 했었고 마침 복지관 주변에 양재천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활동을 하면 너무 신나겠다 싶어서 계획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실력을 잘 모르니 자전거를 끌고 근처 마루공원에서 연습을 했다. 아이들의 실력은 다 달랐다. 뒤에서 다 잡아줘야 하는 아이, 씽씽 너무 빨라서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 아이 등등 그래도 가을쯤 되면 아이들과 짧은 거리라도 양재천을 시원하게 달려볼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그 시기 나는 결혼을 하였는데 곧바로 임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그러니 원래 계획했던 양재천은 아예 갈 수가 없었다. 정말 봉사자와 사회복무요원이 없었다면 자전거 활동은 아예 포기해 야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공원이 넓어서 각자의 능력에 맞게 자전거를 탔다. 그렇지만 목표를 향해 자전거를 타지 못한 아쉬움은 이 글을 쓰면서도 남아있다.

체력적으로도 열정으로도 가장 넘쳤던 20대에 아이들을 못 만났더라면 아마 온전히 아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지만 그 정도의 에너지를 못 쏟는 게 현실이 된 요즘. 그리고 이제 모두 성인이 되어서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을 우리 방과 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희들 덕분에 많이 웃었고 행복했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 고마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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