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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시각장애인 보행교육을 하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
[하상나침반] 시각장애인 보행교육을 하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 글: 자립지원팀 김선경 점역교정사 편집 및 디자인: 혁신소통실 3월이라서 겨울 같은 추위는 아니지만 꽃샘추위가 매섭다. 바람이 강하고 불고 추운 날씨다. 오늘은 2시간 보행 교육이 있는 날인데 추위에 유독 약한 나는 걱정이 앞섰다. 오후 2시 교육 시간에 맞춰서 두꺼운 외투와 가벼운 가방을 메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교육 을 신청하신 시각장애인 어르신과 강사를 만났다. (보행교육에 관한 실무를 배우기 위해 담당자인 나도 교육에 동행한다.) 교육 참여자는 연세가 60대 중반이셨다. 2시간 내내 야외에서 걸으면서 보행 교육을 받으면 너무 힘드실 것 같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교육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연속해서 구로디지털역에서 목적지인 **빌딩까지 왕복을 2~3번하는데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매우 열정적으로 참여하셨다. 특히 이 지역은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 대부분이여서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로 보행할 때 기준점을 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만큼 보행교육을 하는 강사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날씨는 정말 너무 추웠다. 나는 옆에서 강사와 참여자가 교육하는 사진을 중간 중간에 찍고 있는데 손이 얼어서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만큼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르신은 바닥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보고, 가게의 입간판을 손으로 만져서 그 위치와 크기를 파악하고 길가에 세워진 쓰레기통을 손으로 만져가는 등 거리의 모습을 일일이 확인하며 흰지팡이로 걸어가셨다. 바람이 불든, 날씨가 춥든 어르신은 손과 발의 감각을 총 동원하여 내가 걸어가야 할 도로의 질감과, 건물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외우는 중이셨다. 이렇게 2시간의 교육이 끝나고 바로 옆의 카페에 들어가서 우리는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나: “고생하셨습니다. 날씨도 너무 춥고 다리도 아프실 텐데 괜찮으세요? 저는 손이 다 얼었는데.” 어르신: “나 때문에 고생했죠? 나는 괜찮아요. 이렇게 해야 내가 길을 익히죠. 출근할 때는 복지콜(시각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을 타고 오지만 퇴근할 때만이라도 이 길을 외워서 내가 직접 지하철역까지 가고 싶어요.” 나: “활동지원사도 계시는데 이 복잡한 길을 직접 가시려고 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게다가 여긴 점자 블록도 없고 복잡한 사거리가 있어서 위험하기도 한데요.” 어르신: “나는 저시력으로 있다가 전혀 안보이게 된지 2~3년 되었어요. 그나마 조금 보일 때는 언제 내가 안보이게 될까 너무 두렵고 그 시간들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아예 안보이게 되니깐 오히려 맘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오기가 생겼어요. 내가 나이도 좀 있고 보이지도 않지만 열심히 해보자. 점자도 익히고 보행훈련도 해서 내가 책도 읽고 혼자 다닐 수 있도록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마침 하상(복지관)에서 보행교육을 해준다는 공지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리고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자나요. 그래서 오늘 더 열심히 한 거예요. 난 추운 것도 몰랐어요. 내가 혼자 지팡이를 가지고 걸어 갈 때면 난 시각장애인이 된 걸 잊어버려요. 혼자 산책하면서 걷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나에게 이 2시간은 어찌 보면 평범한 시간이지만, 교육생의 이 2시간은 매일 매일 퇴근길에 안전하게 혼자 갈수 있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나의 걸음으로는 10분 남짓의 짧은 거리. 하지만 어르신에게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 카페의 음악 소리, 바닥의 높낮이를 체크해가며, 또 어느 지점에서는 걸음 수를 세는 등 온 정신을 집중해서 30~40여분 동안 조심조심 걸어가야만 하는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멀고 먼 거리였다. 물론 이런 연습들이 반복되면 많이 수월해지겠지만 말이다. 이 교육 이후에도 4시간의 추가 교육이 이뤄졌다. 흰 지팡이를 짚으며 씩씩하게 앞으로 전진해가는 어르신의 삶을 응원한다. 다음 교육 장소는 경기도 동탄이었다. 교육 끝나고 집에 갈일이 걱정되었다. ㅎㅎ 솔직히 집과 너무 먼 장소거나 날씨가 춥거나 더우면 교육 전에 벌써 불안해지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도 내가 맡은 업무이기에 멀고 날씨가 궂어도 가야지! 라는 마음으로 주소를 핸드폰에 입력하고 광역버스를 타고 서동탄으로 향했다. 이번 교육 참여자는 30대 남자분이셨는데 빛조차 구분이 안 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었다.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택시를 타고 오시는 길이라고 20분정도 늦게 오셨다. 택시에서 내리는 시각장애인을 보고 다가가 혹시 ***세요? 물었더니 본인이 맞다고 하셨다. 그런데 대뜸 하시는 말이. “진짜 오셨네요?” 약간 당황했다. “네? 교육 신청하셨잖아요?” 라고 되물었다. “여기가 복지관에서 너무 멀어서 반신반의하면서 신청했어요. 여기까지 와주실 줄 몰랐어요.” 이 분의 보행교육 목적지는 집 앞에서 약 150미터에 있는 황소곱창 음식점과 집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였다. 이곳은 거의 서울의 맛집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온갖 메뉴의 유명한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여기로 이사 오신지 얼마나 되셨냐는 물음에 3년이 되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조금 놀랐다. 3달도 아니고 3년인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갈 수 없었을까? 물론 비시각장애인과는 여러 번 갔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운 곳인데, 내가 가고 싶을 때 혼자 와보고 싶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에 활동지원사한테 길을 물어보시지 그랬나는 말에는 연세가 있으셔서 어떻게 길을 설명해야 할지 모르셔서, 보이는 사람이 있을 때만 식당이나 카페에 가고 있었던 형편이라고 하셨다. 집에서 약 100미터 직진 후 왼쪽으로 20미터 떨어진 곳에 **곱창집이 있었다. 비시각장애인이 보기엔 너무 가깝고 쉬운 거리지만 시각장애인에겐 안내나 보행 안내 없이는 갈 수 없는 너무 먼 곳이었다. 그리고 집 앞 건너편 카페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점자 블록도 없을 뿐더러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상황이라서 쉽지 않은 곳이었다. 걸음수를 세고, 가게 밖에 전시되어있는 수족관을 후각으로 인식하여 어디쯤인가를 유추하고, 바닥의 경사를 확인 하는 등 시각외의 정보를 종합하여 교육을 진행 한 후 천천히 흰 지팡이를 이용하여 카페에 이를 수 있었다. 또한 교육 후에는 동네 음식점 간판 라운딩을 하였는데 돈가스 식당, 디저트 카페, 문구점 등 여러 가게들을 알려주면서 안내보행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2시간 교육을 위해서 전문 강사를 투입하고, 오고 가는 시간 기본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예산과 시간이 적지 않게 투입되는 교육이다. 하지만, 흰 지팡이를 이용해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전진해 가는 분들을 위해서 조금 날씨가 추워도, 더워도, 조금 멀어도, 체력이 달려도,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으로 보행 교육 사업에 계속해서 열심히 해나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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