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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낭독봉사의 모든 것(열정기자단)
작성자 운영자 조회 1,638회 작성일 14-02-07 11:37

본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낭독봉사의 모든 것(열정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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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만으로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연예인 혹은 성우처럼 예쁘고 멋진 목소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진실한 마음만 있다면 당신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 ‘낭독봉사’를 통해서 말이다.

최근 모 금융기관에서 진행한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와 연예인의 목소리 재능기부 등으로 ‘낭독봉사’에 대한 관심이 크다. 도서를 낭독해 시각장애인과 독서장애인을 도와주는 낭독봉사에 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도서관의 수와 규모는 그에 비례하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시각장애인도서관인 하상장애인복지관을 찾아가 봤다. 이곳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6개라는 제한된 스튜디오에서 낭독봉사를 진행하다 보니, 참여할 수 있는 봉사자와 제작되는 책의 수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낭독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다.

하상장애인복지관의 이광원 팀장은 “봉사자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분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단순하게 녹음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녹음해야 진정한 낭독봉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많이 간소화됐지만 예전에 (그리고 일부 복지관에선 지금도!) 직접 안대를 착용해 보는 것이 낭독봉사 교육의 첫 단계이기도 했다.

낭독봉사는 ‘신청, 교육, 시험, 합격 후 배정’의 네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낭독봉사. 특별한 모집 기간 없이 연중 상시로 봉사자를 모집한다. 현재 하상장애인복지관에는 재능기부를 하는 전문 성우와 성우 지망생을 포함해 150명의 봉사자가 활동 중이다. 신청자 수가 많아 교육 전 대기해야 하는 기간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수많은 봉사자와 신청자 중 20대의 참여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낭독봉사자가 되려면?
낭독봉사자가 되는 데 필요한 요건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목소리다. 목소리는 너무 탁하지만 않으면 된다. 듣는 이를 배려한 맑고 높은 톤의 목소리가 좋긴 하지만, 목소리의 높낮이는 교육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어 목소리가 심하게 탁한 편만 아니라면 1차 기준은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표준어 구사 능력이다. 책의 내용을 오롯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 표준어 사용은 필수다.

마지막으로는 스킬이다. 특정한 내용을 강조할 때 쓰는 ‘악센트(accent)’와 낭독 중 일정한 공백을 주는 ‘포즈(pause)’ 등 낭독할 때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의미한다. 이 역시도 교육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그러니 맑은 목소리에 표준어를 구사하며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도 주저하지 말고 신청하자.

낭독할 때에는 글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글의 내용이나 이미지, 정서 등을 듣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음의 고저장단과 완급조절에도 유의해야 한다. 자기만 알아들을 수 있게 읽는다든지, 자기도취적으로 읽으면 효과적인 낭독봉사가 이뤄질 수 없다.

녹음은 한 시간에 20페이지 정도 진행한다. 대개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해 석 달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하나의 완벽한 ‘녹음도서’가 만들어진다. 보통 책이 출판하고 빠른 시일 내에 녹음도서가 잇따라 출시돼야 하므로, 낭독봉사자는 매주 꾸준히 녹음에 참여해야 한다. 이처럼 꾸준함과 성실함은 낭독봉사자가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녹음도서는 어떻게 전해질까? 예전에는 녹음도서를 테이프로 만들어 ‘책나래’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배달 서비스를 통해 제공했다. 허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 역시 변했다. 요즘엔 온라인 혹은 모바일 사이트를 이용해 MP3 파일로 전달한다. 하상장애인복지관은 모바일 사이트인 ‘온소리(http://www.onsori.or.kr)’를 통해 녹음도서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의 선정은 선정위원회가 결정한다. 우리나라에 매년 출간되는 도서 5만 권 중 5~7%가 점자 혹은 녹음도서로 만들어진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녹음도서의 제작이 더 많이 필요하다. 책 선정의 1차 조건은 대중적이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무협지와 같은 소설이다. 그 중 약간 야릇한 내용(?)이 있는 소설이 인기가 가장 많다고. 야릇한 내용이 어떻게 녹음되는지는 일급비밀. 궁금하면 낭독봉사에 참여해 직접 도전해보시라.

스튜디오 내부는 흡사 라디오 스튜디오를 연상케 했다. 낭독봉사자가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녹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소설, 웹툰과 같이 연기력이 필요한 책의 녹음은 대부분 성우 혹은 성우 지망생이 담당한다. 하지만 그 밖의 책은 충분한 교육을 받는 봉사자라면 누구나 녹음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기자도 직접 스튜디오에서 낭독봉사에 도전해 봤다. 녹음 전 이광원 팀장에게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실전에 돌입했다.

짧은 문장과 문단으로 구성된 미셸 퓌에슈 (Michel Puech)의 산문집 <걷다>를 읽어 내려갔다. 녹음은 쉽지 않았다. 고작 10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이야기를 집중해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낭독봉사가 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인지, 교육기간과 시험이 왜 필요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낭독봉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낭독봉사의 또 다른 즐거움은 책이라는 매개체로 시각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20년째 낭독봉사를 하고 있는 윤소자(69) 씨는 “시각장애인이 녹음도서에서 들었던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알아봐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매력적인 낭독봉사에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참여했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아라비아 속담 중 이런 말이 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낸다.” 대학생은 바쁘다. 학점 관리하랴, 취업 준비하랴, 아르바이트하랴, 연애하랴, 눈 코 뜰 새 없다. 그래도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 낭독봉사처럼 뜻 깊은 일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방을 이해하는 진실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보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 기사출처 : youngsamsung.com 삼성그룹 대학생 열정기자단(글 : 최은혁 / 사진 : 이동준 / 영상 : 이주환)

* http://www.youngsamsung.com/reportarticle.do?cmd=view&seq=7981&tid=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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