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유일한 책 한 권, '소리책'을 만드는 사람들(아띠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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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유일한 책 한 권, '소리책'을 만드는 사람들
[하상장애인복지관 소리책 낭독봉사자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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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도 봉사의 열기가 뜨거운 현장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과 정성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서울시 개포동에 위치한 하상장애인복지관을 아띠참 기자들이 찾았다.
기자가 찾아 간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책'을 만드는 낭독봉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하상장애인복지관의 도서문화지원팀 이광원 팀장에게 그 소개를 들어봤다.
▲ 안녕하세요. 하상장애인복지관의 낭독봉사 시작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 먼저 하상장애인복지관은 지난 1993년도에 설립됐고 법인의 주체가 시각장애인들이다. 천주교 신앙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1960~1970년대 초부터 활동을 했다. 처음엔 민간활동으로 시작하다가 체계적으로 복지사업을 진행했다. 도서관은 1982년도에 만들어졌다.
복지사업은 주로 시각장애인분들에게 초점을 맞춰졌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당시 편리했던 테이프로 녹음을 시작했다. 이즈음 시각장애인 도서관이 생겼고, 점자 도서관은 있었지만 소리로 책을 만든 도서관은 이곳이 처음이다. 이때부터 낭독봉사도 시작되었다.
▲ 낭독봉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 낭독봉사는 말 그대로 문자를 낭독을 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봉사 활동이다. 낭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없는 책을 음성파일로 제공할 수 있는 귀한 봉사 활동이다.
▲ 복지관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 기본적인 운영은 국가의 지원으로 이뤄진다. 또 국가 지원은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므로 나머지는 후원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후원자가 투자하고 싶은 분야를 지목하는 경우도 있고, 복지관에서 필요한 부분에 쓰는 경우도 있다.
후원금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실례로 녹음 스튜디오는 지난해에 증설해 현재 9개가 되었지만 아직도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하나의 녹음실을 만드려면 천 만원의 공사 비용이 드는 등 시설비가 만만치 않다. 유명 도서는 빠른 시간 안에 책을 녹음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 성우에게 유료 봉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 온라인 서버 운영에 필요한 하드디스크 비용, 각종 유지 비용, ‘작가와의 만남’ 같은 문화활동에 쓰이기도 하며, 이 모든 활동이 후원금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 이러한 활동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듣고 보니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시각장애인을 돕고 싶다. 어떻게 도와드리는 것이 좋나요?
- 한 가지 설명드린다면, ‘장애우’라는 표현은 오히려 장애인을 특수하게 여기는 것이므로 옳지 않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과잉보호도 불필요하다. 편견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머릿속으로 차별을 하지 않으려 생각하면 적어도 옳은 행동을 할 수 있다. 굳이 특별하게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것보다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활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여성장애인이 유럽 견학을 갔을 때 일이다. 그분이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 역무원은 저쪽에 경사로가 있으니 알아서 장비를 가지고 이동하라며 안내를 해 준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였다면 전동휠체어인데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안내를 해주는 등 요란한 행동이 뒤따라 온다.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적인 부담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을 얻지 말고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 낭독봉사자의 선발과정이나 선발되는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 먼저 지원자의 낭독파일을 듣고 일정한 인원을 뽑는다. 선발기준은 목소리, 억양 그리고 발음이다. 선발된 분들은 총 두 차례의 집합교육을 두 시간 가량 받는다. 교육의 내용은 낭독봉사자의 마음가짐과 낭독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별교육을 총 4회 3시간씩 12시간을 이수하면 낭독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신규 낭독봉사자는 2년마다 45명을 모집한다. 언론 등을 통해 낭독봉사가 많이 알려져 많은 분들이 낭독봉사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는 400명이라는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정원에 한계가 있어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 낭독봉사자들의 직업이나 연령대 분포는 어떤가요? 활동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 봉사 시간은 주로 평일 낮시간대라서 대체로 주부거나 퇴직한 분들이 많다. 연령대도 4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다. 방송 관련 종사자분들도 조금 있지만 대부분 방송과 전혀 상관 없는 비관련자들이다. 낭독 봉사를 한 번 시작하면 원하는 만큼 활동이 가능하다. 만족도가 높은 봉사라 지금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 중에는 20년이 넘도록 저희와 함께 봉사해 주는 분들도 있다.
▲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봉사자의 태도는 무엇인가요?
- '성실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목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한 두 달 후에 그만 둔다면 곤란하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에 자신의 목소리가 유일한 도서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제가 겪은 봉사자의 인상 깊었던 태도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봉사를 20년씩 꾸준히 할수 있는 '꾸준함', 둘째로는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모습이다.
"20년동안 책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도 낭독봉사에 참여한 김지배씨"
이광원 팀장과 인터뷰 이후, 20년동안 낭독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지배 봉사자를 만났다. 그에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묻자, 책을 좋아해 낭독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낭독봉사가 20년간 이어져 왔을 뿐이라고 전한다.
김지배 봉사자에게 20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올수 있는 동력을 물었다.
"씨멘즈가 쓴 '상한 감정의 치유'라는 책을 낭독한 적이 있다. 저를 통해 이 책을 읽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감사장을 보내 왔다. 감사장을 받은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녹음 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아주 뜻 깊은 일을 하고 있다는 나의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낭독봉사를 하려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한 번에 3시간씩 녹음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낭독 봉사는 책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서 스스로도 책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달 할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매력적인 봉사활동이 있을까. 나의 목소리로 녹음된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리책은 듣는 이에게도, 나에게도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목소리로 시각장애인들의 귀와 마음을 따스히 적셔보는 사람들처럼 지금 내앞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따뜻한 마음으로 온정을 배풀어 보는건 어떨까.
* 기사출처 : 아띠참신문 attichamnews.com 이로빈, 권태학, 김주영, 이소영(2.13)
* 기사원본 : http://www.atticha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01
[하상장애인복지관 소리책 낭독봉사자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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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도 봉사의 열기가 뜨거운 현장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과 정성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서울시 개포동에 위치한 하상장애인복지관을 아띠참 기자들이 찾았다.
기자가 찾아 간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책'을 만드는 낭독봉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하상장애인복지관의 도서문화지원팀 이광원 팀장에게 그 소개를 들어봤다.
▲ 안녕하세요. 하상장애인복지관의 낭독봉사 시작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 먼저 하상장애인복지관은 지난 1993년도에 설립됐고 법인의 주체가 시각장애인들이다. 천주교 신앙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1960~1970년대 초부터 활동을 했다. 처음엔 민간활동으로 시작하다가 체계적으로 복지사업을 진행했다. 도서관은 1982년도에 만들어졌다.
복지사업은 주로 시각장애인분들에게 초점을 맞춰졌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당시 편리했던 테이프로 녹음을 시작했다. 이즈음 시각장애인 도서관이 생겼고, 점자 도서관은 있었지만 소리로 책을 만든 도서관은 이곳이 처음이다. 이때부터 낭독봉사도 시작되었다.
▲ 낭독봉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 낭독봉사는 말 그대로 문자를 낭독을 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봉사 활동이다. 낭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없는 책을 음성파일로 제공할 수 있는 귀한 봉사 활동이다.
▲ 복지관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 기본적인 운영은 국가의 지원으로 이뤄진다. 또 국가 지원은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므로 나머지는 후원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후원자가 투자하고 싶은 분야를 지목하는 경우도 있고, 복지관에서 필요한 부분에 쓰는 경우도 있다.
후원금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실례로 녹음 스튜디오는 지난해에 증설해 현재 9개가 되었지만 아직도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하나의 녹음실을 만드려면 천 만원의 공사 비용이 드는 등 시설비가 만만치 않다. 유명 도서는 빠른 시간 안에 책을 녹음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 성우에게 유료 봉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 온라인 서버 운영에 필요한 하드디스크 비용, 각종 유지 비용, ‘작가와의 만남’ 같은 문화활동에 쓰이기도 하며, 이 모든 활동이 후원금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 이러한 활동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듣고 보니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시각장애인을 돕고 싶다. 어떻게 도와드리는 것이 좋나요?
- 한 가지 설명드린다면, ‘장애우’라는 표현은 오히려 장애인을 특수하게 여기는 것이므로 옳지 않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과잉보호도 불필요하다. 편견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머릿속으로 차별을 하지 않으려 생각하면 적어도 옳은 행동을 할 수 있다. 굳이 특별하게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것보다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활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여성장애인이 유럽 견학을 갔을 때 일이다. 그분이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 역무원은 저쪽에 경사로가 있으니 알아서 장비를 가지고 이동하라며 안내를 해 준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였다면 전동휠체어인데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안내를 해주는 등 요란한 행동이 뒤따라 온다.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적인 부담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을 얻지 말고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 낭독봉사자의 선발과정이나 선발되는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 먼저 지원자의 낭독파일을 듣고 일정한 인원을 뽑는다. 선발기준은 목소리, 억양 그리고 발음이다. 선발된 분들은 총 두 차례의 집합교육을 두 시간 가량 받는다. 교육의 내용은 낭독봉사자의 마음가짐과 낭독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별교육을 총 4회 3시간씩 12시간을 이수하면 낭독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신규 낭독봉사자는 2년마다 45명을 모집한다. 언론 등을 통해 낭독봉사가 많이 알려져 많은 분들이 낭독봉사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는 400명이라는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정원에 한계가 있어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 낭독봉사자들의 직업이나 연령대 분포는 어떤가요? 활동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 봉사 시간은 주로 평일 낮시간대라서 대체로 주부거나 퇴직한 분들이 많다. 연령대도 4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다. 방송 관련 종사자분들도 조금 있지만 대부분 방송과 전혀 상관 없는 비관련자들이다. 낭독 봉사를 한 번 시작하면 원하는 만큼 활동이 가능하다. 만족도가 높은 봉사라 지금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 중에는 20년이 넘도록 저희와 함께 봉사해 주는 분들도 있다.
▲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봉사자의 태도는 무엇인가요?
- '성실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목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한 두 달 후에 그만 둔다면 곤란하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에 자신의 목소리가 유일한 도서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제가 겪은 봉사자의 인상 깊었던 태도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봉사를 20년씩 꾸준히 할수 있는 '꾸준함', 둘째로는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모습이다.
"20년동안 책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도 낭독봉사에 참여한 김지배씨"
이광원 팀장과 인터뷰 이후, 20년동안 낭독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지배 봉사자를 만났다. 그에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묻자, 책을 좋아해 낭독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낭독봉사가 20년간 이어져 왔을 뿐이라고 전한다.
김지배 봉사자에게 20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올수 있는 동력을 물었다.
"씨멘즈가 쓴 '상한 감정의 치유'라는 책을 낭독한 적이 있다. 저를 통해 이 책을 읽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감사장을 보내 왔다. 감사장을 받은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녹음 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아주 뜻 깊은 일을 하고 있다는 나의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낭독봉사를 하려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한 번에 3시간씩 녹음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낭독 봉사는 책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서 스스로도 책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달 할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매력적인 봉사활동이 있을까. 나의 목소리로 녹음된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리책은 듣는 이에게도, 나에게도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목소리로 시각장애인들의 귀와 마음을 따스히 적셔보는 사람들처럼 지금 내앞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따뜻한 마음으로 온정을 배풀어 보는건 어떨까.
* 기사출처 : 아띠참신문 attichamnews.com 이로빈, 권태학, 김주영, 이소영(2.13)
* 기사원본 : http://www.atticha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