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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봉사함이 기쁨입니다] 하상장애인복지관 봉사자 신원경(루갈다)씨
시각장애인의 ‘손발’ 돼 20여 년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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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경(루갈다, 60)씨는 시각장애인들의 ‘눈’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0여 년간 한결같이 서울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이들의 눈이 돼 함께 걸었다. 때로는 시각장애인들의 ‘손발’이 돼 시장을 봐주고, 밀린 집 안 청소를 해주고, 밑반찬을 가져다주는 건 물론이고 설거지까지 해줬다. 모처럼 놀러 갈 때면, 1박 2일이건 3박 4일이건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이러니 신뢰가 싹트지 않을 수 없다. 낯선 사람들과는 사귀거나 관계를 맺는 데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시각장애인들도 신원경씨라면 그냥 믿고 따랐다.
봉사도 대물림
그러고 보면 봉사는 그에게 삶이었다. 자녀들도 봉사에 함께했고, 고3 때조차도 봉사를 열심히 하던 딸 이승연(베네딕타, 35)씨는 봉사를 하다가 사회복지사가 됐다. 딸의 직장도 하상장애인복지관이어서 모녀가 봉사자로 직원으로 함께하니 봉사자가 부족할 때면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SOS를 치는 일도 다반사다. 본당도 서울대교구 시각장애인 공동체인 사랑결준본당(주임 김용태 신부)으로 옮겨, 이제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게 일상이 됐다.
봉사를 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30대 중반 무렵, 우연히 이웃을 따라 하상장애인복지관에 갔다가 봉사자로 눌러앉게 됐다.
“평소에도 봉사를 하고는 싶었는데, 장애인들에게 접근하기가 힘들었어요. 마음은 굴뚝 같은데,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는 데다 다가가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번 가고, 두 번 가다 보니 보람도 느끼게 됐고 다른 데로는 못 가게 됐어요. 한번 발을 디디면 못 빠져나가는 게 장애인에 대한 봉사더라고요.”
맨 처음엔 시각장애인들이 등산이나 볼링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걸 돕거나 안마나 침술 치료 무료봉사 안내 같은 간단한 봉사로 시작했다. 요즘은 휴대용 점자 전자책이 나오면서 무용지물이 됐지만, 한때 성경이나 성가, 동화책, 기도서 등을 점자책으로 만들기도 했고 점자 연판 작업까지도 함께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사랑결성당 주보나 매일미사 등을 점자로 번역, 점자 주보나 점자 매일미사 만드는 일을 거들거나 ‘소리도서’ 녹음테이프 복사 작업을 돕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이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안내 봉사자로 함께하기도 하고, 평일 점심때면 강남 일대 장애인들이 400여 명이나 찾는 장애인 무료급식소 배식이나 조리, 설거지 봉사에도 힘을 쏟는다.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최근엔 남편이 잇단 병고를 치르며 형편이 어려워져 장애인 바우처(voucher)로 활동하면서 용돈을 벌기도 하지만, 그는 “봉사를 할 때가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고백한다.
“돈 버는 재주는 없으니까, 여생도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미소가 싱그럽다.
* 기사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cpbc.co.kr 오세택 기자(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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