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장애인복지관

예비신자들이 할 일 중 하나인

마르코 복음 필사를 시작해야 되는 날이 되었다.

지난번에 맡았던 교리반 자매님들이

끝까지 필사를 다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지



아침에 모두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거의 다 성경을 가지고 왔다.

마르코 복음의 시작과 끝을 찾아보게 했다.

성경의 두께에 비해 마르코 복음은 얼마 안되어 보인다.

세례를 준비하는 교리기간 7개월 동안 마르코복음을 예쁘게 써서

세례 때 하느님께 감사의 선물로 드리자고 했다.



그리고

성경을 읽기 전에 바치는 기도문과

성경을 읽은 후에 바치는 기도문을 나눠드렸다.



공책 표지의 안쪽에 기도문을 붙이고

필사하기 전과 후에 꼭 기도를 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주에 공책을 한번 가지고 와 보시라고 했다.



필사한 것을 보니 성격들이 나온다.

교구에서 나오는 예쁜 어린이용 필사노트를 사다가 또박또박 이쁘게도 써온 자매

색깔이 더 이쁜 필사노트에 더 이쁘게 쓰는 자매

덤덤한 공책에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자매들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는지 성경도 없고 필사도 안하고 버티는 자매



한 자매는

선생님, 이거 쓰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직 반밖에 못썼어요

무슨 말인가 싶어 공책을 보니

한 주일 동안 마르코복음 전체를 다 쓰는 줄 안 거였다.



하루는

눈이 잘 안 보이는 자매가 말했다.

근데요, 선생님

성경을요, 아주 큰 글자로 프린트해주시면 안 돼요?



저번에 시각장애인용 예비신자교리서 녹음테이프를 보내주었던

하상장애인복지관에 전화를 걸어 의논을 했더니

마르코복음을 확대 프린트해서 보내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자매에게 확대본을 내밀었다.



보여요!

순간 교실이 고요해졌다.



눈물이 고이는 것을 참고

그러면 글자 위에 색연필로 따라서 쓰세요

할 수 있는 만큼 하시면 돼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그 일이 떠올랐다.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