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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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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시작


글: 독서문화팀 임현선 사회복지사

편집 및 디자인: 혁신소통실



200810, 음악을 전공하고 다양한 관련 업무에 종사하던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장 스태프들, 임금체불과 밤샘 근로가 잦았던 뮤지컬 현장과 광고 녹음실 업무에 지쳐 있던 나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채용 공고를 찾아보던 중 장애인복지관에서 음향 엔지니어를 모집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애인 복지관에 녹음실이 있네? 저곳에 녹음실이 왜 있지?’

 

호기심이 생겼다. 지원해 볼까 하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살면서 복지관이라는 곳을 가본 적도 없었기에 쫄보인 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채용 기간이 종료되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해볼걸 그랬나? 녹음실 일이야 내가 하던 일이니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왜 겁을 먹은 거야. 좀 아쉽네.’

 

그리고 얼마 뒤 채용 공고를 뒤적이다가 재공고가 난 것을 발견했다.

운명 같았다.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입사 지원을 했다. 그렇게 난 하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의 음향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되었다.

 

입사 15년 차, 독서문화지원팀에서 시각장애인 대체 자료를 제작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큰 행사도 몇 번 경험하면서 15년이 지나갔다. 그동안 사회복지사 자격증 2급도 취득하였다. 처음엔 나 스스로 이방인이라 느꼈던 곳이 이제 안방처럼 편해졌다. 친구들은 어떻게 15년을 다니냐며 지겹지 않냐고 나에게 종종 물어왔다. 멀리서 보면 똑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작하는 콘텐츠도 계속 바뀌고 프로그램도 매번 바뀌어서 그런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러던 중 복지관 전체에 변화가 찾아왔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루어졌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던 나는 권익옹호팀으로 발령이 났다. 권익옹호, 사례 관리. 15년 동안 많이 들어왔던 단어들이지만 음향 엔지니어 업무를 주 업무로 해오던 나는 두려움이 앞섰다. 다시 1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렇게 사회복지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15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큰 행사도 몇 번 경험했다지만 대상자도 다르고 특성도 달랐기에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다행히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적응도 잘하고 업무 진행도 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팀 안에서 이용자 한 분이 드럼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예전 팀에서부터 음악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시각장애인 밴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제약 사항이 있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실현할 기회가 온 것이다. 마침, 관내에 악기도 구비되어 있는 상태여서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해결해야 할 일들도 있었다. 연습할 수 있는 고정 프로그램실이 있어야 하고 방음 공사도 해야 하고 예산 확보도 필요했다. 팀장님과 팀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고정 프로그램실도 생기고 예산 확보도 되고 셀프로 방음 공사도 진행했다. 혼자였으면 절대 시작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팀의 진심을 담은 자조 모임 프로그램 청년 밴드가 시작되었다.

 

행복한 청년들, 당사자들이 지은 밴드의 이름이다. 밴드명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밴드의 규칙, 각자 연주하고 싶은 곡, 밴드가 합주해야 할 곡, 밴드 로고, 단체 티셔츠 제작, 공연 기획, 오프닝 영상 제작까지 우리는 모든 과정을 함께 주도하고 함께 만들어 갔다. 우리의 첫 합주곡은 이태원 클라쓰 OST ‘시작이었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모든 걸 이겨낼 것처럼~”

 

청년 밴드 멤버의 추천으로 고르게 된 곡의 가사다. 청년 밴드의 시작,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시작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앞서지만, 설레는 시작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청년 밴드의 시작처럼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계속 정진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그들과 함께한 모든 경험이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행복한 청년들이란 밴드 이름처럼 청년 밴드의 모든 순간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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