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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작은 홀씨
올해로 나는 6년차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체감은 이제 3~4년차인 것만 같은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지난날을 돌아보며 사회복지사로서 나는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대학생 시절, 사회복지학부생이었던 나는 복수전공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단수전공을 하였다. 아동복지, 장애인복지 등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그 분야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장애인복지의 경우, 이 분야에서 근무를 하게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었다. 장애인에 대한 기피보다는 접해보지 못 했던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잘 해낼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노인복지관에서 근무한 1년을 제외하고는 5년째 장인복지 분야 근무 중인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인생은 결코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한 가지, ‘대학생 때 장애인복지를 복수전공 했다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내 바람과 다르게 첫 직장은 노인복지관이였으나 계약직으로 시작한 내 첫 직장생활은 짧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직장이 장애인재활협회였다. 대학교 시절, 절대 근무하게 될 리 없다던 ‘장애인 분야’로 취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는 단순히 협회에서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지원서를 넣었다. 이 선택은, ‘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삶’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장애인재활협회에서의 2년 반이란 시간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편견 등과 같은 벽을 허물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장애인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행정업무에 집중된 협회에서의 근무는 현장에 대한 갈증도 깊어지게 만들었다. 복지관에서 당사자들을 만나고, 직접서비스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갈수록 깊어졌다. 결국 또 다시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마침내 이곳, 하상장애인복지관에 정착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현장은 낯설기도 했지만, 이용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반면에 어려움도 분명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부족했던 당시 내게 현장은 나 스스로를 작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떠한 접촉의 기회조차 없었던 정신장애인과 상담을 할 때면 뭔지 모를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피하지 않았다. 더욱 부딪히면서 내가 가진 생각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2년 반이란 시간 동안 이용자들과의 만남과 상담을 반복해나가며 내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켜 나갔다. 이제 내게 그들은‘OO장애를 가진 이용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복지관 이용자’일 뿐이다. 서비스 욕구를 가진 복지관을 이용하는 OOO님, 때로는 어머님, 아버님일 뿐이다. 장애는 그저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생각에 도달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거나, 무관심하다. 사회복지사들조차도 장애인복지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계속적으로 찾게 된다. 하상장애인복지관으로 이직할 당시에만 해도 나의 마음가짐은 그저 장애인 이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이상을 꿈꾼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며,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 사회복지사로서 미래의 나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 될 것 같다. 이 생각이 지금은 아주 작은 홀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홀씨가 언젠가 널리 퍼져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이 홀씨가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마침내는 장애인ㆍ비장애인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작은 희망을 품고, 같은 희망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하상장애인복지관으로 향한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