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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첫 마음
[하상나침반] 첫 마음 글: 평생학습팀 지명선 편집 및 디자인: 혁신소통실 사회복지사로서의 나의 첫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진로를 정해야 하는 시절 그때의 나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복지사회에서, 아직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힘없는 사람들,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반짝임 뒤편에 존재하는 소외된 이들을 우리는 인식하며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순간부터 이미 난 사회복지의 길에 들어선 것 같다. 종종 사회복지사로서의 어려움과 불평이 생길 때 나의 첫 마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신입 사회복지사로서 첫 업무 중 하나는 사례관리였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중학교 1학년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했다. 경계심이 많았던 아이라 다가가려는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열 마디 말을 걸어야 한 마디가 돌아왔다. “학교 가기 싫은 이유는 없어요. 그냥 가기 싫은 거예요.”,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 시간 아까워요.” 내가 어떻게 해야 닫힌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고민했고, 좌절감도 들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조급함이 생겼고, 그런 나의 마음은 아이에게 부담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냥 친구가 되자! 함께 놀자!’라고 마음먹었다. 가장 좋아한다는 판타지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산책도 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가며 지지하고 공감했다. 어느 순간 아이는 나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나에 대해 궁금해하며, 다정한 관심을 주었다. 질문만 하면 입을 꾹 닫았던 아이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본인의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1교시까지, 2교시까지, 오늘은 오전 수업까지 수업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점점 등교하는 횟수도 늘려 갔다. 지역사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여러 기관과 함께 아이를 보호해 나갈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이는 나에게 편지를 써주겠다고 했다. “선생님,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제가 크면 호강시켜 줄게요.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것도 사줄게요.” 웃음이 나왔고, 행복했다. 내가 주려고 했던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을 받은 거 같아 고마웠다. 아이의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이 그동안의 걱정과 불안을 위로해주었다. ‘지금 이 마음을 잊지 말자, 힘들고, 지칠 때 이 순간을 떠올리자.’ 왠지 ‘지금’이 앞으로의 나날들에 응원이 되어 줄 거 같았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말을 들어줄 존재가 필요했다. 대단하고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속상하고 즐거웠던 일을 나눌 누군가를 바랐던 것 같다. 그렇지 못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가두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했던 말과 행동들은 아이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의 삶에서 한 조각 작은 추억이겠지만, 문득 나의 응원이 떠오른다면 의지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이에게 사회복지사로서, 더 넓게 개인으로서 힘을 낼 이유를 받았으니깐... 이렇게 서로가 주고받은 힘들이 모여 삶의 자원을 만드는 일, 앞으로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아닐까? 소진이 없는 직업은 없겠지만, 사회복지사의 소진은 다른 직업들 보다 잦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럴 때, ‘사회복지사로서의 나의 행복감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해봐야겠다. 이용자들의 행복만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했던 때를 지나, 그들의 행복을 통해서 받은 응원과 위로,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사회복지사로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이유를 준다는 것을, 나도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이 내가 잊지 말아야 할 사회복지사로서의 첫 마음이었고, 언젠가 마무리해야 할 사회복지사로서의 끝 마음이었으면 한다.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