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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함께 만든 변화
[하상나침반] 함께 만든 변화 글: 지역연대팀 정선혜 편집 및 디자인: 혁신소통실 하상에 입사한 지 벌써 17년이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팀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울고 웃었던 수많은 에피소드가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2018년 1월 2일, 둘째 아이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입사하는 기분으로 출근했다. 나는 지역권익옹호팀(이하 지역팀)으로 발령받았다. 2008년 첫 팀이었던 지역팀으로 다시 오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 지역팀에서는 서울시복지재단의 지원으로 "마을공동체 지향 복지관 변화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기존의 단순 서비스 제공이나 프로그램성 사업에 머물러 있던 복지관 사업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주민들 스스로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복지관과 주민 모두 동등한 관계에서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사업은 지역 내 장애 당사자가 장애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장애인복지관으로서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구를 먼저 찾아가야 할까? 어떤 매개로 마을(주민)들과 소통할까? 등 많은 고민이 앞섰다. 그런 중에 강남마을넷(강남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주민 모임, 단체, 기관 등이 함께 모여 있는 네트워크)을 알게 되어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다. 민관 협력 기관, 사회적 협동조합, 지역 주민 동아리 등 다양한 형태의 단체에서 문화, 여가, 환경, 젠더, 육아, 노인, 여성, 아동, 장애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을 통해 복지의 시야가 확장되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1년 동안은 복지관의 소리를 내기보다 모임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여 정기 모임에 성실하게 참석했다. 회원 기관들의 행사나 소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조금씩 우리 복지관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1년 후부터는 지역팀 전체가 적극적으로 마을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하상은 항상 열심히네~', '하상은 어디 가나 있네~' 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우리를 알아봐 주기 시작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그 후로는 축제나 행사가 열릴 때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게 되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기관에서 단독으로 하는 활동보다 함께 하는 활동은 에너지는 절약되고 성과는 더 높았다. 이런 과정에서 마을 내 단체들과의 신뢰가 점점 쌓여 서로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으며, 일이 아닌 사람으로 다가왔다. '마을밥상'이라는 동아리 파티에도 팀 전원이 초대받을 정도로 주민들과 친근해지며 마을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마을밥상팀은 우리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축제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그 수익금으로 맛있는 떡을 우리 기관 종사자들에게 나누어주는 훈훈한 일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복지관을 드나들게 된 주민들은 "장애인복지관은 내가 올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근처에 살지만 복지관이 있는 줄 몰랐다"는 의견과 함께 본인들이 경험하고 들었던 장애가 있는 주민들과의 에피소드도 이야기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 시작했다. 주민들 스스로 장애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몇몇 분들과 함께 "다양한 주민(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스터디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모임의 주민들은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시민 옹호인으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의 지원으로 지역 내 발달장애인과 1:1 친구가 되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옹호인의 역할을 했다.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분들도 계신다. 주민들이 주민들을 연결하고 관계가 확장되어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회장님과 코로나 시기에는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영상과 활동 키트를 학교에 전달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마을과 함께 했다.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크고 작은 활동들이 모여 마을은 아주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우리 기관의 역할이 맞을까 고민되었던 활동들도 마을 주민들의 변화와 참여로 결국 장애를 가진 주민들이 지역에서 더 안전하고 배려받으며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이웃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장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으며, 장애를 가진 주민들도 다양한 이웃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졌다. 이렇게 마을 안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만일 우리가 원하는 것만 얻으려고 했다면 이런 결과들이 가능했을까? 우리와 방향이 맞지 않다고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니라고 함께하지 않았으면 과연 이런 관계까지 연결되었을까?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서비스의 질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삶 안에서의 환경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한 마을의 변화가 널리 확산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편견 없는 멋진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