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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나침반] 행복한 사람
[하상나침반] 행복한 사람 글: 사회서비스팀 안효준 편집 및 디자인: 혁신소통실 93년 3월, 나는 전학을 갔다. 13년을 살았던 시골 읍내를 벗어나 거리에는‘신호등’이 가득하며, 건물에는‘엘리베이터’가 있는 도시의 한복판으로 왔다. 그렇다. 내가 일하는 하상장애인복지관은 당시 내가 이사 온 동네에 있다. 나는 활동지원서비스 코디네이터로 일한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에만 있지 않고 이용자 가정 이곳저곳을 자주 방문한다. 그럴 때면 내가 전학 왔던 중학교, 빨간 벽돌이 예쁜 고등학교, 하원 길 친구와 왁자지껄 떠들며 걸어갔던 길들, 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긴장하며 수능시험을 봤던 개원중학교까지… 골목마다, 가계마다, 풍경마다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 동네를 지날 때면 자연스레 친구들, 사람들이 떠오른다.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렸네. 그때 인조잔디였으면 축구하다 상처가 좀 덜났을 텐데 ’ ‘어, 무슨 건물이지? 예전엔 테니스장이었는데…’ ‘박승○ 선생님(중3때 담임) 사시던 댁이 재개발하는구나.’ ‘이 집은 친구가 살던 집인데…. 아직도 살고 있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 않는가. 30년이 지난 이 동네는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으면서도 구석구석 보면 많이 변해 있었다. 어떤 날은 변한 부분이 크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오래전부터 운영했던 가게가 사라지거나, 골목길을 찾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곳이 없어질 때는 특히 그렇다. 그럴 땐 마치 내 마음의 추억에서 큰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아쉬움’이 그 자리를 채운다. 얼마 전, 중간관리자 연수를 갔었다. 장소에 도착해 우연히 관장님을 만났다. 관장님은 연수 장소가 예전엔 본인이 다녔던 중학교였다고 한다. ‘그럼 그 학교는 이사를 갔나요?’ 없어졌단다. 내 모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지방에 본인의 모교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동문들의 기사를 보면 분명 모교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오늘도 동네를 지나가며 눈인사한다. ‘중학교야, 잘 있지? 지난 번 너의 100번째 생일소식은 잘 들었어. 앞으로 200번째 까지는 잘 버텨주렴’ 나는 그렇게 학교에게, 가게들에게, 집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다닌다. 추억과 가까이 지내면서 인사를 할 수 있고,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동네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행복한 사회복지사이다. 본문